
난 아니었던것 같지만...누군가 말했었다. 청소년기란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한 시간이라고.
박형동 작가가 내게 '바이 바이 베스파' 단행본을 들고 온건 내 아버지의 장례식 날이었다. 내가 하는 일이 뭔지도 정확히 모르신채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식. 그래, 내가 꿈꾸는 일이란건 이렇게나 가혹한 일이었던 셈이었어.
어떤 인연으로 우리가 그 학과에서 만났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우리는 전공과는 상관없는 꿈을 꾸고 있었던것 같아. 사람들은 가끔 "좋겠다. 하고 싶은게 있어서, 꿈이 있으니까." 라고 말했지만...좋은 꿈은 그냥 계속 꿈으로 남기는게 좋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늘 말했던 것 같아. 꿈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일까? 그건 어느새 40이 된 지금에서도 미스테리로 남는 이야기야.
어쨌거나 이 글은 그대에게 남기는 서툰 편지인 셈이야.
난 '성장물'이란건 결국 어른들이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지금 여기에서> 성장하고 있는 존재들에게 '성장' 이란건 쓸데없거나 사치스런 생각에 불과할테니까 말야. 아이들에게 필요한건 어쩌면 그대가 작품 '그랜드 마마 피시'에서 말했던 것처럼 '백년같은 깊고 편안한 잠' 일지도 몰라.
가끔, 책은 손에 들려진 그 무게와 감촉만으로도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장례식 이후 이래저래 정신없던 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그 책을 읽어볼수 있었지만 난 그냥 그렇게 들고 있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이 나오기 위해서 그대가 보내야했던 시간들이 느껴지는것 같았으니까. '바이 바이 베스파' 가 나오기 위해서 그대가 버릴수 밖에 없었던 것들의 무게같은것 말야
난 '바이 바이 베스파' 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라고 생각해. 어른이 되기 위해서 버린 것이 아니라, 버렸기 때문에 어른이 되는 이야기인 셈이야. 두발로 서있을수 있는 자기 자리를 갖기 위해서 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 무엇을 선택해도 결국 회한으로 남을 그 선택에 대한 이야기.
그렇게 그대는 자기 자리를 찾은걸까... 아무튼 반가와. 바이 바이 베스파. 난, 지금은 사라진, 그대의 베스파 뒷좌석에도 앉아 봤었으니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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